신생아 첫돌까지 백신 24번 맞아야…코로나처럼 '교차접종' 가능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11-19 17:42   수정 2021-11-23 14:05

신생아는 결핵, 인플루엔자, 백일해 등 거의 모든 감염병에 ‘무방비’인 상태로 태어난다. 이 때문에 신생아와 산모는 태어난 첫해 주사를 맞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생후 12개월 안에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 횟수만 24번이다.

영·유아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지만, 요즘 ‘새내기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를 데리고 여러 차례 병원을 찾다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그렇다고 제때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감염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최근 영·유아 백신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 GSK가 백신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사노피파스퇴르 등 다른 제약사 백신으로 ‘교차접종’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영·유아가 필수로 맞아야 하는 백신은 무엇인지, 교차접종해도 괜찮은지 등을 알아봤다.

생후 1개월 안에 결핵·B형간염 접종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생아가 생후 12개월 안에 필수로 맞아야 하는 백신은 총 11개다. 주사를 맞는 횟수로 따지면 24번이다. ‘원샷원킬’이 아닌, 2~4회씩 맞아야 하는 백신이 있어서다.

가장 먼저 접종해야 하는 ‘1번 백신’은 생후 1개월이 지나기 전에 맞아야 하는 ‘결핵(BCG)’과 ‘B형간염(HepB)’이다. 결핵균은 결핵 환자의 기침, 재채기 등에서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결핵균이 신생아의 몸에 들어오면 폐뿐 아니라 흉막, 림프샘, 중추신경계 등 여러 부분을 침범할 수 있다.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B형간염은 환자의 혈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산모가 B형간염에 걸리면 태아도 따라 걸리기도 한다. 결핵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된다. B형간염 백신은 △생후 1개월 이내 △1개월이 됐을 때 △6개월이 됐을 때 등 총 세 번을 맞아야 한다.

생후 2개월부터는 더 많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가 대표적이다. 디프테리아와 백일해는 호흡기 질환이다. 걸리면 열이 나고, 기침·콧물·재채기 등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신생아가 백일해에 걸리면 심한 기침을 하다가 사망하기도 한다. 파상풍은 오염된 상처를 통해 세균이 들어와 근육을 경직시키는 병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DTaP 백신으로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생후 2, 4, 6개월 등 총 세 번을 맞아야 한다.

이 밖에 하지 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소아마비·IPV), 뇌수막염·후두개염·폐렴 등을 유발하는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Hib)’, 급성 중이염·폐렴·균혈증 등의 원인이 되는 폐렴구균(PCV) 백신도 생후 2개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접종한다.

돌이 지나야 맞을 수 있는 백신도 있다. ‘MMR’로 불리는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은 DTaP처럼 백신 하나로 예방할 수 있다. 수두(VAR), A형간염(HepA), 일본뇌염 등도 이때부터 맞을 수 있다. 단 수두는 늦어도 15개월까지, A형 간염은 23개월까지, 일본뇌염은 35개월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인플루엔자(IIV) 역시 생후 6개월과 12개월에 두 번 맞춰야 완벽한 면역력이 갖춰진다.

이들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 무료다. 영유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위장관염의 원인인 로타바이러스는 필수 예방접종은 아니지만, 일정 비용을 내고 맞출 수 있다. 가격은 병원에 따라 회당 8만~16만원 정도다.
5가백신 맞으면 횟수 24번→18번
필수 예방접종을 마치려면 1년에 20번 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로타바이러스 등 선택접종까지 더하면 거의 매주 병원으로 유모차를 몰아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나온 게 ‘혼합백신’이다. 국내에서 주로 접종되는 건 5가 혼합백신이다. DTaP에 폴리오,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까지 5개 질병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94.3%는 5가 혼합백신을 맞았다. 각각의 질병을 예방해주는 5종의 백신을 각각 맞는 대신 혼합백신 하나로 대신한다는 얘기다.

혼합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DTaP, 폴리오,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를 개별 백신으로 맞으려면 총 10번을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5가 혼합백신을 맞으면 이를 4번(5가 혼합백신 3회+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추가접종 1회)으로 줄일 수 있다. 총 24번 맞아야 할 주사를 18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5가 혼합백신은 GSK의 ‘인판릭스IPV/Hib’, 사노피파스퇴르의 ‘펜탁심’이다. 이들 역시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기 때문에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효능도 입증됐다. 혼합백신이 개별 백신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접종 후 형성되는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이 같아야 한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5가 혼합백신을 맞은 그룹은 개별 백신을 모두 접종한 그룹과 면역원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최근엔 5가 혼합백신에 B형간염까지 더한 6가 혼합백신도 나왔다. 접종 횟수를 24번에서 16번까지 줄일 수 있지만, 아직 국가필수예방접종이 아니어서 별도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판릭스→펜탁심’ 교차접종 가능
영·유아 예방접종은 코로나19 백신처럼 교차접종이 가능할까. 이달부터 GSK가 허가 관련 문서 보완 등의 이유로 백신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영·유아 백신 교차접종은 현실이 됐다. GSK가 중단한 백신은 5가 혼합백신 인판릭스IPV/Hib, 폐렴구균 백신인 ‘신플로릭스’, MMR 백신 ‘프리오릭스’, A형간염 백신 ‘하브릭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 등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당분간 신규 접종에 GSK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제약사의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미 GSK 백신을 맞은 경우다. 원칙적으론 DTaP, 폐렴구균 등 백신은 추가접종 시 같은 제조사의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GSK의 공급 중단으로 같은 백신을 맞을 수 없다면 교차접종해도 된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접종이 늦어지는 것보다는 교차접종해서라도 빨리 완료하는 게 이득이 더 크다”고 했다. 백신이 없어서 제때 접종하지 못하는 것보다 다른 제약사 백신으로 접종을 완료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교차접종할 경우 면역원성 감소, 이상반응 발생 증가 등 특이사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예컨대 GSK의 5가 혼합백신을 맞은 뒤 2차 접종할 시기가 됐다면, 접종을 미루지 말고 사노피파스퇴르의 펜탁심을 접종하라는 얘기다. 3차 역시 펜탁심을 맞으면 된다. 신플로릭스는 한국화이자의 ‘프리베나13주’, 로타릭스는 한국MSD의 ‘로타텍’으로 대체할 수 있다.

조혜경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동일 제조사 백신을 맞아야 하지만, 백신 공급 문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선 다른 제조사 백신으로라도 맞아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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